할아버지의 편지(2)

이재성

2016-02-21 09:53:34, 조회 : 1,169, 추천 : 503

사랑하는 손녀가 내년에 읽을지 후년에 읽을지 모르지만 내일을 모르니 할아버지는 오늘 또 편지를 쓴다.

한살때는 할아버지 농장일에 너무 지쳐서 아기와 함께 많이 놀아주지 못하고 언제나 먼저 잠이 들어 미안했었다고 편지를 썼다. 그리고 월드컵 우승한 영웅소녀들을 응원했던 "파이팅"을 잊지 말라고 편지를 썼다.

6년 세월이 지난 지금
할아버지 몸이 고장나 실수가 많아 미안했지만
아가사범에 태권도를 배우고
아가코치에 축구를 배우고
아가와 함께 한라산을 오르니 행복하다고 편지를 쓴다.

휴양림에서 즐기고 2Km 도보로 숙소를 향해 돌아오는 길
1조(할머니, 고모)를 이기기 위해 2조(손녀와 할아버지)는 뛰기도 하면서
1조를 많이 앞서 숙소로 왔지만 할아버지 실수로 방을 찾지 못해 역전패를 당하고,
아가는 1등 못한 분노를 삭이는데 애를 먹었고, 할아버지는 미안함에 밖에서 한참을 서성거려야 했다.

다음날 한라산 등반할 적에 2조는 1조 뒤를 따라가며 구호를 외쳤다.
2조의 목표는 1등이 아니고 안전이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다.

2조의 목표는 쑥밭이다.(할아버지)
2조의 목표는 진달래다.(손녀)

2번째 구호에서 할아버지와 손녀의 구호가 서로 달라졌다.
한번, 두번, 세번 계속 다르니
할아버지 : "가보지도 않았는데 왜 진달래인가?"
아가 : "지도를 보고 목적지를 정했습니다."

진달래까지 자신이 없는 할아버지는 쑥밭을 외치고 목표를 정한 아가는
계속 진달래를 외치고, 2조는 그렇게 쑥밭을 지나 진달래까지 올라갔다.

등산도중에도 진달래휴계소에 도착해서도
아가는 최연소 등산객으로 사람들로부터 선물과 박수응원을 받았다.

백록담까지 가자는 아가의 말을 들어주지 못해 미안했고
진달래까지 등산도 아가의 힘이였다고
할아버지, 할머니 고맙다는 인사를 아가에게 했다.

축구선수 아가의 꿈도 이루어져
오늘 한라산에서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듯이
운동장에서 사람들의 박수를 받는 날이 올 것이다.

오늘처럼 언제나 할아버지가 응원한다. "파이팅"

2016.2.19 할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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